Page 9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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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노래했던 것이다.옛사람(덕산 연밀스님)이 말하기를
                 “그는 활구(活句)를 참구했지,사구(死句)를 참구하지 않았다”
                 하였고,설두스님은 “살아 있는 가운데 안목을 갖추었건만 도리
                 어 죽은 듯하다.어찌 죽었겠는가?죽은 가운데 안목을 갖춘 것
                 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과 같다”고 하였다.옛사람(운문스님)은
                 “죽이려면 깡그리 사람을 죽여야 산 사람을 보게 되고,살리려

                 면 사람을 깡그리 죽여야 죽은 사람을 본다”고 하였다.
                   조주스님은 살아 있는 사람이었기에,죽은 물음으로 투자스
                 님을 시험했던 것이다.약을 복용할 때에 함께 먹어서는 안 되
                 는 약을 가지고 고의로 시험한 것과 같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약으로 어찌 작가를 감별하려 하느냐?”
                 고 하였다.이는 조주스님의 질문을 노래한 것이며,뒤이어 “옛
                 부처도 오히려 이르지 못했다고 하는데”라는 것은 투자스님을
                 노래한 것이다.

                   완전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경지는 옛 부처도 일찍이
                 이르지 못하였고,천하의 큰스님들도 일찍이 이르지 못했다.이
                 는 비록 석가 노인이나 파란 눈 달마라도 거듭 참구해야 할 것
                 이다.그러므로 “늙은 오랑캐가 알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깨쳤
                 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설두스님은 “어느 누가 티끌 모래를 뿌리는가”라고 하였는
                 데,듣지 못하였느냐?어떤 스님이 장경(長慶)스님에게 “무엇이

                 선지식의 안목입니까?”라 하자,장경스님은 “모래를 뿌리지 않
                 았으면 좋겠다”라고 했고,보복(保福)스님은 “결코 뿌려서는 안
                 되느니라”고 하였다.천하의 노스님들이 선상(禪床)에 앉아 방
                 (棒)과 할(喝)을 행하며 불자를 세우고 선상을 쳐서,신통을 나
                 타내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세우는 것은 모두가 모래를 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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