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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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99
-바람도 없는데 괜히 풍랑을 일으키는구나.손가락 끝에 눈동자가 있
다.이 늙은이 말속에 공감할 만한 게 있구나.
이때에 선객 모두가 곁에 있다가 말하였다.
“어느 곳으로 떨어집니까?”
-맞혔군.말에 끌려오는구나.그럼 그렇지.낚시에 걸려들었군.
거사가 따귀를 한 차례 치자
-제대로 한 수 놨다.*그럼 그렇지,도적이 집안을 망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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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객 모두가 말하였다.
“거사는 거칠게 굴지 마시오.”
-널 속에서 눈알을 부릅뜨는군.
“그대가 그래 가지고서도 선객이라 한다면 염라대왕이 용서해
주지 않으리라.”
-두 번째 더러운 물을 끼얹어 버렸다.꼭 염라대왕뿐이겠는가?산승이
라도 여기에서는 용서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거사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거친 마음을 고치지 않은 걸 보니 다시 몽둥이를 맞아야겠구나.이
스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채질 못하는군.
거사가 또다시 따귀를 친 후에 말하였다.
-과연 설상가상(雪上加霜)이로구나.몽둥이를 맞았으니 실토를 하시지.
“눈은 떴어도 장님 같으며 입을 벌려도 벙어리 같다.”
-다시 둘 사이를 화합시켜 주는 말이 있었구나.그에게 판결문을 읽어
주는군.
설두스님은 다르게 논평하였다.
“처음 물었을 때 눈덩이를 뭉쳐서 바로 쳤어야지.”
-옳기는 옳지만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겼구나.적잖게 허물이 있구
*삼성본에는 ‘착(著)’,당본에는 ‘착(着)’으로 되어 있다.모두 의성어이므로 의미에
는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