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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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지난날의 유감을 품고 있네.
치우침 가운데 바름이여!
날이 밝자 노파는 옛 거울을 마주하여
자세히 얼굴 보니 결코 참됨이 없네.
다시는 머리가 없다고 거울 속을 잘못 보지 마오.
바름[正]가운데 옴[來]이여!
없음[無]가운데 길이 있어 티끌먼지 벗어나니
오늘날 입 조심만 하면
전조(前朝)에 혀 잘린 선비보다 훌륭하리라.
치우침[偏]가운데 이름[至]이여!
두 칼날이 서로 부딪쳐도 피할 필요가 없다.
좋은 솜씨란 불 속에 피어난 연꽃 같으니,
뚜렷이 충천하는 기개를 지니셨구려.
겸하는[兼]가운데 다다름[到]이여!
유무에 떨어지질 않는데 누가 감히 조화하랴.
사람마다 보통사람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서로가 숯 속으로 들어가 버리리라.
부산(浮山)의 원록공(遠錄公)은 이 공안으로 오위(五位)의 격
식을 삼았는데,이 가운데에서 한 칙만 알아도 나머지는 저절로
쉽게 알 수 있다.암두스님은 “이는 물위에 떠 있는 호로병처럼
자유자재하니 건드리기만 하면 그대로 움직이니 결코 털끝만큼
의 힘도 들지 않는다”하였다.
언젠가 어떤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
“문수와 보현이 찾아올 때,즉 이(理)와 사(事)가 동시에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