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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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07
날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 무소떼(수행승)속으로 달려가겠다.”
“ 스님께서는 쏜살처럼 지옥으로 들어가신 것입니다.”
“ 모두 그 무소떼(수행승)의 덕분이지.”
동산스님의 “무엇 때문에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느냐?”는 것은 치우침 가운데 바름[偏中正]이며,스님이 “어
느 곳이 추위나 더위가 없는 곳이냐”고 묻자,“추울 때는 스님
을 춥게 하고 더울 때는 스님을 덥게 한다”는 말은 바름 가운
데 치우침[正中偏]이다.이는 정위(正位)이면서도 편위(偏位)이
며,편위이면서도 원위(圓位)이다.이는 조동록(曹洞錄) 에 자
세히 실려 있다.
그러나 임제스님의 문하에서는 잡다한 것이 없다.이런 공안
이란 대뜸 알아야 한다.“추위와 더위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핵심에서 벗어난 말이다.옛사람은 “칼날 위에
서 알아차리면 빠르지만 정식(情識)으로 헤아렸다가는 늦는다”
고 하였다.
듣지 못하였느냐?어떤 스님이 취미(翠微)스님에게 묻는 말
을.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 사람이 없거든 말해 주리라.”
취미스님은 말을 마치고 밭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그 스님이
말하였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습니다.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취미스님이 대나무를 가리키면서 “이 대나무는 이처럼 크게
자랐고 저 대나무는 저처럼 작구나”라는 말에 스님은 크게 깨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