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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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27


                 법륜[正法輪]을 비방하지 마라.”
                   다시 물었다.
                   “문 밖에 무슨 소리인가?”
                   “ 뱀이 두꺼비를 잡아먹는 소리입니다.”
                   “ 중생에게 고통이 있으리라고 짐작했더니 고통받는 중생이
                 참으로 있었구나.”

                   이 말은 앞의 공안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납승이 여기에
                 서 깨칠 수 있다면 현상의 세계 속에서도 자유롭겠지만 깨치지
                 못한다면 현상의 세계에 구애를 받을 것이다.이러한 공안은 총
                 림에서 ‘단련어(煅煉語)’라 한다.만일 단련이라 한다면 마음의
                 분별을 이룰 뿐 옛사람들이 수행인을 지도한 참뜻을 알지 못할
                 것이다.또한 이를 현상의 세계에서 깨우치게 함[透聲色]이라
                 하기도 하는데,첫째는 도안(道眼)을 밝힘이요,둘째는 현상세계
                 를 밝힘이요,셋째는 심종(心宗)을 밝힘이요,넷째는 망정(忘情)

                 을 밝힘이요,다섯째는 교화 제도함[展演]을 밝힘이라고 한다.
                 대단히 자세하기는 하지만,집착함이 있는 걸 어찌하겠는가.
                   경청스님이 “문 밖에 무슨 소리가 나는가?”하고 묻자,스님
                 은 “빗방울 소리입니다”라고 대답했고,경청스님은 문득 “중생
                 이 전도하여 자기를 미혹하고 외물을 좇는다”고 말하였다.사람
                 들은 모두 이를 잘못 알고 고의로 사람을 떠본 것이라고 말들
                 하나 틀린 소리이다.이는 경청스님에게 수행인을 지도하는 솜

                 씨가 있어,대담하게 한 기틀,한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각별히
                 눈썹[眉毛]을 아끼지 않고 말로 설명해 주었다는 점을 모른 것
                 이다.경청스님인들 빗방울 소리인 줄 몰라서 또다시 물었겠는
                 가?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옛사람은 학인을 제접하는 수단으
                 로써 이 스님을 시험하려고 했다는 것이며,이 스님도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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