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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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29
-산승이 몇 번이나 물었던가?이 먹통아!구멍 없는 쇠망치를 나에게
가져와라.
알건 모르건
-두 쪽을 모두 꼼짝 못 하게 한다.둘로 나눌 수 없다.양쪽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남산․북산에 도리어 세찬 비가 쏟아진다.
-머리 위,머리 아래가 온통 (비투성이다).빗방울 소리라 한다면 장님
이며,빗방울 소리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리라 하겠는가?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참된 경지를 밟아야만 한다.
평창
“빈집의 빗방울 소리여!작가 선지식도 응수하기 어렵다”는
것은,빗방울 소리라 한다면 이는 자기를 미혹하고 외물을 좇는
것이라는 것이다.빗방울 소리가 아니라 한다면 또한 어떻게 외
물에 자재롭게 대처하겠는가?이에 이르러서는 작가라 하더라
도 응수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므로 옛사람(마조스님)은 “스
승과 같은 견해를 지니면 스승의 덕을 반감시키는 것이니 견처
가 스승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스승의 뒤를 전수할 만하다”하
였으며,또한 남원(南院)스님은 말하였다.“방망이 아래 무생법
인(無生法忍)이여!기연(機緣)에 임하여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
네.”
“ 만일 (성인의)무리 속에 들어갔다 한다면 여전히 모르리라”
고 하였는데,교학[敎中:능엄경]에서는 말하기를 “처음 듣자마
자 성인의 무리로 들어가,들어가는 자신도 들어간 곳도 고요하
면 움직임과 고요함의 두 모습이 절대로 나지 않는다”고 하였
다.그러니 빗방울 소리라 해도 옳지 않고 빗방울 소리가 아니
라 해도 옳지 않다.
앞(제11칙 송)에서 나온 “두 번 할하고 세 번 할함이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