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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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대뜸 “스님께서는 뭐라고……”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침내는 경청스님이 방편을 써서 그에게 “자신을 미혹할 뻔
했네”라고 말하였다.그 스님이 자기를 미혹하여 외물을 좇은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경청스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미혹
했을까?그를 시험하는 구절 속에 몸을 해탈하는 곳이 있었다
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럼 스님은 너무나 멍청하여 아예 말을
끊어 버리고자 다시 묻기를 “자기를 미혹할 뻔하시다니 무슨
뜻입니까?”라고 하였다.덕산스님과 임제스님의 문하였다면 방
(棒)․할(喝)을 하였으련만 경청스님은 한 가닥 (방편의)길을
터 주어 그에게 설명을 하느라 다시 말하였다.“몸을 빠져 나오
기는 그래도 쉽지만 그것을 그대로 말하기란 어렵다.”
그와 같기는 하지만 옛사람(동산스님)이 말하기를 “계속 이
어가기가 매우 어렵다”하였으니,경청스님은 다만 한 구절로
이 스님에게 본분의 큰 일을 밝혀 주었던 것이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빈집의 빗방울 소리여!
-예로부터 지금까지 끊어졌던 적이 없다.모두가 이 속에 있느니라.
작가 선지식도 대답하기 어려워라.
-예상대로 모르는군.산승은 원래 작가가 아니다.방편도 있고 진실도
있으며,놓음도 거두어들임도 있으며,죽이고 살리며,사로잡고 놓아
주기를 마음대로 한다.
만일 성인의 무리 속에 들어갔다[入流]고 한다면
-머리를 (들러붙는)아교통 속으로 처박는다.빗방울 소리가 아니라면
무슨 소리라 하겠는가?
여전히 모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