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22

122


               일곱 근 장삼 무게 몇이나 알았을까?
                -다시 해도 반푼 어치도 안 된다.턱이 떨어져 말을 못 하는군.또 그
                 의 계책에 걸려들었다.

               이제 서호(西湖)에 던져 버렸으니
                -설두스님의 솜씨여야 이렇게 할 수 있다.산승도 (장삼이)필요치 않
                 다.
               맑은 바람을 내려 불어 누구에게 부촉할까?
                -자고 이래로 아직도 (맑은 바람이)있군.말해 보라,설두스님이 그와
                 주고받은 것일까,아니면 그의 주각(注脚)을 달았을까?한 자식(설두)
                 이 몸소 얻었군.


               평창
                   18가지 물음[十八問]가운데 이는 편벽된 물음[編辟問]이라
                 한다.
                   설두스님이 말한 “치밀한 물음으로 조주스님을 한 번 내질렀
                 지만”은 그 스님이 만법을 몰아붙여 일치(一致)시키려 했다는
                 것이다.이 스님은 조주스님을 내지르려 하였으나 조주스님 또
                 한 작가이다.몸 돌릴 수 없는 곳에서도 벗어날 길이 있어 큰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내가 청주에 있을 때 무명 장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
                 게가 일곱 근이더라.”
                   설두스님이 말한 “일곱 근 장삼 무게를 몇이나 알까?이제
                 서쪽 호수에 던져 버렸다”는 것은,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일(一)자도 필요치 않으며,일곱 근 무명 장삼 또한 필요치 않
                 으니 일시에 서호에 던져 버린다는 것이다.설두스님은 동정(洞

                 庭)의 취봉(翠峰)에 주석하였는데 그곳에 서호가 있다.
                   “맑은 바람을 내려 불어 누구에게 부촉할까?”라는 것은 조주
                 스님이 대중 법문에서 말하기를,“그대가 북쪽으로 온다면 (바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