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32

132


                 며,또한 언어로써 알려고 한다면 좋아하시네,전혀 관계가 없다.)*                 1 8)

               평창
                   운문스님이 말하기를 “여섯으로는 거두지 못한다”하였는데,
                 이 말은 참으로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조짐이 나누어지지 않은
                 때에 뭐라고 할 수 있다 해도 벌써 제2의 속제이며,조짐이 생
                 긴 뒤에 알면 제3의 자리에 떨어지며,언구로 분별하고 밝히려
                 했다가는 끝내 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결국 무엇을 법

                 신이라 할까?작가라면 듣자마자 거량할 줄 알아서 바로 가버
                 리지만,생각하거나 기연에 매였다가는 엎드려 처분을 듣고야
                 만다.
                   태원(太原)의 부상좌(孚上座)는 본디 강사였는데 하루는 법좌
                 에 올라 강의를 하던 즈음에 법신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시간으로는 과거․현재․미래에 두루하고 공간으로는 시방
                 (十方)에 뻗쳤다”고 하자,어떤 한 선객이 그곳에 있다가 피시

                 식 웃어 버렸다.부상좌는 법좌에서 내려와 말하였다.
                   “제가 조금 전에 무슨 잘못이 있었습니까?선승은 말씀해 보
                 십시오.”
                   “ 좌주(座主)께서는 법신을 헤아리는 일만을 강의했을 뿐 법
                 신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 잠시 강의를 그만두고 고요한 방에 앉아 참선을 해보시오.
                 반드시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부상좌는 그의 말을 따라서 하룻밤을 고요히 좌선하다가 오
                 경(五更)을 알리는 종소리에 문득 크게 깨쳤다.마침내 선객이


            *()부분은 복본(福本)에는 [평창]에만 들어 있다.[평창]과 겹치지만 여기서는 삼성
              본을 따라 그대로 두었다.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