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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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23
람을)치켜 불게 해주고 남쪽으로 온다면 (바람을)내려 불어
주겠지만,설봉(雪峰)이나 운거(雲居)에서 온다면 외골수”라 했
다.
설두스님은 이리하여 맑은 바람을 누구에게 부촉할까라고 한
것이다.치켜 분다는 것은 그대에게 마음을 운운하고 성품을 운
운하며 현묘한 갖가지 방편을 운운하는 것을 뜻한다.그러나 만
일 내려 불면 결코 많은 의미와 현묘함이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한 짐의 선(禪)을 짊어지고 조주스님 처소에 이
르렀으나,한 수도 두어 보지 못하게끔 하여 그것을 일시에 접
어 치우도록 하여,맑기가 그지없고 준절하게 하여 조그만치의
일삼음도 없게 하였다.이를 두고 “깨침이란 깨치지 못함과 같
다”고 말하는데,요즈음 사람들은 모두가 일없는 것으로 알아
버린다.
어느 사람이 말하였다.
“혼미함도 없고 깨침도 없으니 결코 구할 필요가 없다.부처
님이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때와 달마스님이 이 땅에 오지
않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한들 무엇
하겠으며 조사 또한 서쪽에서 와서 무얼 하겠다는 것이냐?”
모두 이래 가지고서야 어찌 옳을 리가 있겠는가?그러나 모
름지기 완전히 사무치고 완전히 깨달으면 여전히 산은 산 물은
물이다.일체의 만법이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나야 비로소 할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듣지 못하였느냐?용아(龍牙)스님의 말을.
“도를 배우려면 무엇보다 깨달으려 해야 한다.마치 용주(龍
舟)를 빼앗듯 해야 한다.비록 옛 전각(殿閣)같은 한가한 경지
에 올랐다 하더라도 꼭 이를 얻어야만 비로소 쉬게 된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