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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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37
낭상좌는 말하였다.
“화로를 받드는 신이 있지요.”
-과연 그의 화살에 적중했구나.참으로 기특하다.
“화로를 받드는 신이 왜 차 냄비를 엎어 버렸소?”
-무슨 까닭에 그에게 본분납자를 기르는 먹이를 주지 않는가?큰일났
군.
“오랫동안의 벼슬살이 하루아침에 쫓겨났지요.”
-잘못 지껄였다.이 무슨 말인가?엉터리 선객이 삼대 같고 좁쌀처럼
많구나.
태부는 소매를 떨치고 나가 버렸다.
-분명한 작가로다.그도 하나의 눈[一隻眼]을 갖췄다고 하겠다.
명초가 말하였다.
“낭상좌는 초경사(招慶寺)의 밥을 얻어먹고 도리어 강 건너편
에서 떼지어 시끌벅적거리는군[打野木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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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삼십 방망이를 때려라.이 애꾸눈 용이 한쪽 눈밖에 없군.그
래도 눈 밝은 사람이 점검해야 할 것이다.
“스님께서는 어떠십니까?”
-내질렀군.한번 잘도 내질렀군.결국 이처럼 어설픈 죽은 견해를 짓
지 마라.
“귀신에게 당했군.”
-과연 진리를 보는 눈[一隻眼]을 갖추었구나.절반쯤 말했다.한편으로
는 치켜올리고,한편으로는 깎아 내리네.
설두스님은 말하였다.
“명초가 그 말을 하자마자,차 달이는 화로를 뒤엎어 버렸어야
지.”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겨 무엇 하랴.이와 같다 해도 덕산(德山)스
*木埋: 椿 자 와 皆 자 의 반 절 .고목나무 뿌리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