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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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35
하였다.이는 반드시 그(운문스님)의 자손이어야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본칙의 [평창]에서 말한 “한 말씀 한 구절이 상황에 딱딱 들
어맞는다”고 한 것을 철저히 깨치면 “언구에 있지 않다”는 말
을 알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알음알이로 이해하고 말 것이다.
오조(五祖)큰스님께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비천한 엉뚱한
짓 하는 놈이며,‘뜰 앞의 잣나무’는 하나,둘,셋,넷,다섯이
다”라고 하였다.자세히 운문스님의 말을 잘 알아차리면 단박에
그러한 경계에 이를 것이다.
“소림에서 신광(神光)스님에게 부촉했다고 부질없는 말들을
한다”고 하였는데 이조(二祖)스님의 처음 이름이 신광이었다.
이어서 “천축으로 되돌아갔다”고 한 것은,달마스님을 웅이산
(熊耳山)아래에 장례를 치렀는데,송운(宋雲)이 서역(西域)에 사
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서령(西嶺:파미르고원)에서 한쪽 신
만을 들고 서천으로 되돌아가는 달마스님을 보았기 때문이다.
송운이 이를 황제에게 아뢰어 무덤을 파헤치니 한쪽 신만 남아
있었다.
설두스님은 “실로 ‘이 일’을 어떻게 전해 줄 수 있으리오.결
코 전해 준 적이 없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옷을 걷어붙이고 천
축으로 되돌아갔다고 말들을 하는군”이라고 말하였다.말해 보
라,무엇 때문에 이 국토에 6대의 조사들이 계속 이어서 전해
왔었는가를.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모름지기 이를 알아
야 비로소 작가 선지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축은 아득하여 찾을 곳 없는데,간밤에 유봉을 건너다보
면서 잠을 잤다”고 하였다.말해 보라,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를.(원오)스님은 한 차례 친 후 말하였다.눈이 멀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