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40

140


                 드리자 조주스님은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에게 얻어맞았는가?”
                   “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 붙일 수도 없는데 또다시 그에게 허공을 떼어 보라고 하다
                 니.”
                   호정교가 문득 그만둬 버리자 조주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이 하나로 붙여 놓은 것에 못을 박아 보아라.”
                   호정교는 이 말에 깨침을 얻었다.
                   서울의 미칠(米七)스님이 행각을 하고 돌아오자 어떤 노스님
                 이 물었다.
                   “달밤에 우물 속에 있는 새끼 토막을 사람들은 모두가 뱀이
                 라고 하는데,미칠스님은 부처를 뭐라고 하겠습니까?”
                   “ 만일 (이러쿵저러쿵)견해를 짓는다면 바로 중생과 같겠지
                 요.”

                   “ 그렇지만 천 년 만에 싹이 돋는 복숭아씨 같아 생기가 없
                 군.”
                   혜충국사(慧忠國師)가 자린공봉(紫璘供奉)에게 물었다.

                   “공봉은  사익경(思益經)의 주해를 냈다고 하는데 그러한
                 가?”
                   “ 그렇습니다.”
                   “ 경전의 주해를 내려거든 반드시 부처님의 뜻을 알아야지.”

                   “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감히 경전의 주해를 붙
                 인다 하겠습니까?”
                   마침내 시자에게 물 한 주발을 가져오게 한 후 쌀 일곱 톨,
                 젓가락 한 짝을 주발 위에 얹어 공봉에게 내보이며 물었다.
                   “이게 무언가?”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