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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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문하객으로는 걸맞지 않다.날렵하군.그 가운데서도 기특하다
                 하겠다.


               평창
                   불성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펴야 한
                 다.
                   왕태부는 천주(泉州)의 원님으로서 오랫동안 초경사(招慶寺)
                 에서 참구하였다.하루는 절로 들어가자 낭상좌가 차를 끓이다
                 말고 차 냄비를 엎어 버렸다.태부도 또한 작가인터라 차 냄비
                 를 뒤엎어 버리는 것을 보자마자 상좌에게 물었다.
                   “차 끓이는 화로 밑에 무엇이 있소.”

                   “ 화로를 받드는 신이 있지요.”
                   이는 말속에 심금을 울리는 바가 있긴 하나,처음과 끝이 서
                 로 어긋나고 종지를 잃어버려 칼날에 손을 다친 꼴이니 이를
                 어찌하랴.자신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남까지도 틀리게 한다.
                 ‘이 일’은 득도 실도 없으므로 만일 거량했다가는 여전히 친하
                 고 성김이 있고 검고 흰 것이 있을 것이다.이 일을 의논한다면
                 말과는 관계가 없지만,또한 말속에 생동력 있는 팔팔거림이 있

                 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그러므로 “활구(活句)를 참구해야
                 지 사구(死句)를 참구하지 마라”고 하였다.낭상좌의 이와 같은
                 말은 미친개가 흙덩이를 좇아가는 꼴이다.태부가 소매를 떨치
                 고 떠나 버린 것은 그를 긍정하지 않은 것이다.
                   명초의 “낭상좌여,초경사의 밥을 얻어먹고서 도리어 강 건
                 너편에서 떼지어 시끌벅적거리는군[打野木埋]”이라는 말 가운데
                 ‘야매(野木埋)’란 황야에 널려 있는 불타 버린 나무토막이라는 뜻
                 이다.이는 명상좌가 올바른 곳으로 가지 않고 바깥으로 치달리

                 는 것을 밝혀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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