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39

벽암록 中 139


                   낭상좌는 이에 내질러서 물었다.
                   “스님은 어떡하시렵니까?”
                   “ 귀신에게 당했군.”
                   명초에게는 분명히 몸을 벗어날 곳이 있으며 또한 그의 물음
                 을 저버리지도 않았다.그러므로 “영리한 개는 어금니도 드러내
                 지 않고 사람을 문다”고 한다.

                   위산 철(潙山喆)스님은 “왕태부는 조나라의 인상여(藺相如)가
                 구슬을 되찾아 올 때 수염이 충천했던 것과 매우 닮았다”고 하
                 였다.이는 명초가 참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그런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위산스님이 만일 낭상좌였다면 태부가 소매를 떨치고 떠나갈
                 때 차 냄비를 놓아버리고 껄껄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고서도 내 것으로 챙기지 못하면 천 년이 지나도록
                 다시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였느냐,보수(寶壽)스님이 호정교(胡釘鉸)에게 물었
                 던 것을.
                   “오래 전부터 호정교의 소문을 들었는데 혹 호정교가 아니십
                 니까?”
                   “ 그렇습니다.”
                   “ 그래 허공에도 못을 박을 수 있습니까?”
                   “ 스님께서 (그 못을)떼어 보십시오.”

                   보수스님이 후려쳤으나 호정교가 그를 수긍하지 않자 보수스
                 님은 말하였다.
                   “언젠가는 반드시 말 많은 스님이 그대를 점검해 줄 날이 있
                 을 것이오.”
                   호정교가 그 후 조주스님을 친견하여 전에 있었던 일을 말씀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