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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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83


                   “말로 할 수 없지,말로 할 수 없다.”
                   도오스님은 자비스러움이 굽이굽이 서려 있다.그런데도 점
                 원스님은 잘못으로 인해 점점 더 잘못을 더해 나갔다.
                   점원스님은 그때까지도 스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돌아오
                 는 길에 또다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빨리 말해 주시오.말하지 않으면 치겠습니다.”

                   이놈에게 좋은지 나쁜지를 가릴 줄 아는 능력이 어찌 있었겠
                 는가?이야말로 이른바 좋은 마음씨를 좋게 갚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도오스님은 변함없이 노파심이 간절하여 다시 말하였
                 다.
                   “때리려면 때려라.그러나 말로는 할 수 없다.”
                   그러자 점원스님은 후려쳤다.비록 매를 맞기는 했지만,그는
                 한 수 이긴 셈이다.도오스님은 이처럼 (땀방울이 아닌)핏방울

                 이 뚝뚝 떨어지도록 그를 지도했으나 점원스님은 깨닫지 못하
                 였다.도오스님은 맞은 후에야 점원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떠나도록 하라.절에 있는 책임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대에게 화를 미칠까 염려스럽다.”
                   이에 남모르게 점원스님을 빠져나가도록 하였다.도오스님은
                 참으로 자비로웠던 것이다.점원스님은 그 뒤 작은 절에 이르러
                 행자(行者)가 외우는  관음경(觀音經) 의 “비구의 몸으로 제도

                 를 받을 자에겐 비구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을 한다”는 구절을
                 듣고 문득 크게 깨친 후 말하였다.
                   “내가 그 당시에 스승을 잘 모르고 나쁜 짓을 했구나.‘이
                 일’이 언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몰랐구나!”
                   옛사람(운문스님)의 말에 “도량이 한없이 큰 대인조차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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