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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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85


                   석상스님은 바로 점원스님의 핵심을 쳐부수어 말하였다.
                   “나의 ‘이 자리’는 큰 파도가 까마득히 질펀하고 흰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거리는데 무슨 선사의 영골을 찾겠다는 것이냐?”
                   점원스님이 이미 선사의 영골을 찾았는데 석상스님은 무엇
                 때문에 그처럼 말했을까?‘이 자리’에 이르러서 “살아도 말로
                 할 수 없고,죽었어도 말로 할 수 없다”는 뜻을 말 끝나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다면,처음부터 끝까지 기틀을 몽땅 마음대로 활
                 용할 수 있겠지만 그대가 이러쿵저러쿵 헤아리며 찾고 생각한
                 다면 알기 힘들 것이다.
                   점원스님이 “쓸데없이 애쓰네”라고 한 것은,그가 깨친 뒤에
                 자연스럽게 기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도오스님의 한 조
                 각 정수리 뼈[頂骨]가 황금처럼 빛났고,두드리면 구리 소리처
                 럼 맑았음을 알 수 있다.
                   설두스님이 한 “아이고,아이고!”라는 착어에서 의도했던 귀

                 결점은 양쪽에 있었다.태원 부상좌가 “선사의 영골이 아직도
                 있다”고 한 것은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이 한 토막의 이야기들
                 은 단박에 한쪽을 드러냈다.말해 보라,어떤 것이 요체를 깨닫
                 는 것이며,어떤 것이 쓸데없이 애쓴 것인지를.
                   “한 곳을 뚫으면 천곳 만곳이 일시에 뚫린다”는 말을 듣지도
                 못하였는가?
                   “말로는 할 수 없지,할 수 없고말고”라고 한 곳에서 그 의

                 도를 꿰뚫을 수 있다면 바로 천하 사람의 혀끝을 꼼짝 못 하게
                 꽉 틀어막겠지만,그렇지 못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참구하여 스
                 스로가 깨달아야 한다.그러므로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 말고 시
                 간을 아껴야 한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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