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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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87


                 기 어려운 곳을 말해 주고 열리지 않는 곳을 열어 주면서 핵심
                 을 송(頌)하였는데,그는 곧 “토끼와 말은 뿔이 있고 소와 염소
                 는 뿔이 없다”하였다.
                   말해 보라,토끼와 말이 어떻게 뿔이 있으며 소와 염소가 어
                 떻게 해서 뿔이 없는가를.앞의 말을 깨칠 수 있다면 설두스님
                 이 사람을 지도하는 의도를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사람은 이를 잘못 이해하고서 “말로는 할 수 없다는 그
                 것이 바로 말함이며,문구로써는 나타낼 수 없다는 그것이 바로
                 구절 있는 것이기 때문에,토끼와 말은 뿔이 없는데도 뿔이 있
                 다 말했고,소와 염소는 뿔이 있는데도 뿔이 없다고 말했다”고
                 하지만,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옛사람은,온갖 변화로써 이와 같은 신통을 나타낸 것이 그
                 대들의 이와 같은 정령(精靈)귀신 소굴을 타파해 주기 위함인
                 줄을 몰랐던 것이라 하겠다.이를 깨칠 수 있다면 이 깨쳤다는

                 말도 필요하지 않다.“토끼와 말은 뿔이 있고 소와 염소는 뿔이
                 없나니,가는 털도 끊겨서 산과 같다”는 네 구절[四句]의 송은
                 마니보주(摩尼寶珠)와도 같은데,설두스님은 이를 통째로 그대
                 앞에 토해내 버린 것이다.
                   맨 끝에는 모두가 죄인의 자백서에 따라서 죄를 다스린 것이
                 다.
                   “황금빛 영골이 지금도 남아 있어 흰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

                 거리는데 어느 곳에서 찾으랴”라는 것은,석상스님과 태원 부상
                 좌의 말을 노래한 것이다.어째서 찾을 곳이 없을까?
                   “신발 한 짝을 가지고 서천으로 돌아가다가 잃어버렸다”는
                 것은 신령한 거북이 자취를 남긴 것이니,이는 설두스님이 몸을
                 뒤재켜 사람을 지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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