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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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놀아나는 수가 있다”고 하였는데,어떤 사람은 이를 망정으
로 이해하고서 “도오스님의 ‘말로는 할 수 없지,말로는 할 수
없네’라는 그것도 말해 버린 것이다”고 하며,이는 등을 돌려
사람으로 하여금 찾지 못하도록 만드는 격이라고 한다.이처럼
이해한다면 어떻게 평온할 수 있겠는가.실다운 경지를 밟았다
면 실오라기만큼의 간격도 없을 것이다.
듣지 못하였는가,칠현녀(七賢女)가 시다림(屍陀林)에서 거닐
다가 시체를 가리키면서 물었던 이야기를.
“시체는 여기에 있는데 (본래의)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큰언니가 말하였다.
“뭐냐,뭐냐?”
그러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
쳤다 한다.
말해 보라,깨친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를.천명 만명 중에서
다만 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점원스님은 그 뒤 석상스님에게 이르러 전에 있었던 이야기
를 말하자,석상스님은 앞과 같이 말하였다.
“살았어도 말로 할 수 없고 죽었어도 말로 할 수 없다.”
“ 무엇 때문에 말로 하실 수 없다 하십니까?”
“ 말로는 할 수 없지,할 수 없고말고.”
이 말에 그는 문득 깨치게 되었다.어떤 날 가래를 가지고
법당 동쪽에서 서쪽으로,서쪽에서 동쪽으로 왔다갔다한 것은
자기의 견해를 드러내려는 의도였다.예상대로 석상스님이 그
에게 물었다.
“무얼 하는가?”
“ 선사의 영골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