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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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설두스님의 이 송은 지극히 알기 쉽지만 큰 뜻은 운문스님의

                 기봉을 노래한 것이다.그러므로 “일시에 호랑이의 머리와 꼬리
                 를 잡았다”고 말한 것이다.
                   옛사람(羅山道閑스님)의 말에 “호랑이 머리에 타고서 호랑이
                 꼬리를 잡아 첫마디에 대뜸 종지를 밝힌다”고 하였다.
                   설두스님은 자백에 따라서 죄를 판결하므로,운문스님이 호
                 랑이 머리에 탈 줄도 알고 호랑이 꼬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을
                 좋아했다.스님이 양손을 벌리자 운문스님이 대뜸 후려쳤던 것

                 은 호랑이 머리에 탄 격이며,운문스님이 양손을 폈는데도 스님
                 이 말이 없자 또다시 후려쳤던 것은 호랑이 꼬리를 잡은 격이
                 다.일시에 머리와 꼬리를 잡은 안목은 유성(流星)처럼 순식간
                 에 해치운다.자연히 전광석화처럼 늠름한 위엄이 4백 고을에
                 떨쳤으며 온 누리에 세찬 바람이 일어난 것이다.
                   “묻노니 어쩌면 그처럼 준험한가”라는 말은 참으로 준험한
                 곳이 있다 하겠다.설두스님이 “한 번 용서해 주노라”고 말하였
                 는데,말해 보라,지금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온

                 대지 모든 사람이 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의 선객들은 모두가 “그가 손을 벌릴 때 그에게 본분
                 납자를 기르는 솜씨를 보여주었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이는
                 비슷하기는 하나 옳지는 않다.운문스님이 이처럼 그대들을 쉬
                 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반드시 따로 솜씨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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