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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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덩이에 묻어 버렸어야 옳다.
               점원스님은 말하였다.
               “쓸데없이 애를 쓰네.”
                -말해 보라,귀결점이 어느 곳에 있는가를.돌아가신 스승께서 전에
                 그대에게 뭐라고 말했던가.이놈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직까지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군.
               태원(太原)의 부상좌(孚上座)는 말하였다.
               “선사(先師)의 영골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대중이여,보았느냐?번뜩이는 번갯불과 같다.이 무슨 낡아빠진 짚
                 신인가?(태원은 그래도)조금은 나은 편이다.

               평창
                   도오스님이 점원스님과 함께 어느 집에 이르러 조문하였는데
                 점원은 널[棺]을 두드리면서 말하였다.
                   “살았습니까?죽었습니까?”
                   도오스님은 말하였다.

                   “살았어도 말로 못 하며,죽었어도 말로 못 한다.”
                   이 말속에서 알아차리고 그 의도를 알면 이는 바로 생사를
                 투철하게 벗어나는 관건이 되겠지만,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정
                 통으로 빗나가게 될 것이다.
                   잘 살펴보라.옛사람들은 행주좌와 언제나 ‘이 일’만을 참으
                 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남의 집에 가 조문하면서도 점원스님이 널을 두드리면서 “살

                 았습니까?죽었습니까?”하니,도오스님은 조금도 그 물음의 핵
                 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에게 “살았어도 말로 할 수 없고 죽었
                 어도 말로 할 수 없다”고 하였다.점원스님은 완전히 빗나가 그
                 가 한 말에 끄달려 다시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말로 할 수 없다고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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