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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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스님은 멱살을 움켜쥐고서 “한 화살이 세 관문을 꿰뚫었다는
                 것은 그만두고,이 흠산에게 화살을 쏴 보아라”고 하였다.양선
                 객이 머뭇거리자,흠산스님은 바로 일곱 방망이를 후려친 후 다
                 시 뒤이어 한 편의 주문을 외웠다.
                   “이놈이 앞으로도 30년은 더 헤매야 정신을 차리겠군.”
                   요즈음의 선객들은 “무엇 때문에 여덟 번 치지도 않고,여섯

                 번 치지도 않고서 일곱 번만 쳤을까?그렇지 않다면 그가 ‘이
                 흠산스님에게 화살을 쏴 보아라’고 말할 때 바로 후려쳤어야
                 지!”라고 다들 말하는데 이는 비슷하기는 하지만 옳지는 않다.
                   이 공안은 가슴속에 조그만치도 이러니저러니 하는 도리와
                 계교를 품지 않고 언어 밖으로 뛰어나야만,일구로써 세 관문을
                 타파할 수 있으며 화살을 쏠 수 있다.만일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이 있다면 끝내 찾을 수 없을 것이다.당시 거양선객이 그
                 러한 사람이었다면 흠산스님 또한 매우 위험했을 것이다.그가

                 이 법령을 시행하지 못하였기에 거꾸로 당했던 것이다.
                   말해 보라,관문 속의 주인공은 결국 어떠한 사람일까?설두
                 스님의 송을 살펴보아라.


               송
               그대에게 관문 속의 주인공을 내보내노니
                -적중했다.정통으로 빗나갔다.뒤로 물러서라,뒤로 물러서.

               활을 쏜 무리들은 거칠게 굴지 마라.
                -한 번 죽더니 다시는 살아나질 못하는군.완전히 잘못됐다.이미 지
                 나가서 흔적도 없다.

               눈을 보호하자니 반드시 귀먹을 것이요,
                -좌측 눈의 무게는 반 근이지.한 번 용서해 준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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