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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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91


               평창
                   거양선객은 또한 어엿한 장수였다.흠산스님의 손아귀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다 안장에서 떨어졌다가도 번개처럼 말에 솟구
                 쳐 올라 싸우다가 뒤에 가서 안타깝게도 활은 부러지고 화살도
                 다한 것이다.그러나 장군 이광(李廣)은 아름다운 명성이 있으
                 면서도 제후에 봉해지지 않았으니,이러기도 흔하지는 않다.
                   이 공안은 한 번 나오고 한 번 들어가며 한 번 사로잡고 한
                 번 놓아주면서,상황에 직면해서는 정면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정면에서 보여주면서도 상황에 신속했으니,이는 모두 유무 득

                 실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이를 현묘한 기틀[玄機]이라고 말
                 한다.조금이라도 역량이 부족하면 바로 엎어지고 거꾸러진다.
                   그러나 스님도 영특한 납자였다.그의 물음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흠산스님도 작가종사라 바로 그의 물음의
                 핵심을 알아 버린 것이다.
                   촉(鏃)이란 화살촉을 말한다.“한 화살촉으로 세 관문을 뚫을
                 때는 어떠합니까?”라고 묻자,흠산스님은 알면서도 “그대가 쏘
                 아서 뚫을 수 있는 것은 그만두고 관문 속에 들어 있는 주인공

                 을 내놔 보아라”고 하자,거양선객은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고
                 치겠습니다”라고 말하니 기특하다 하겠다.
                   흠산스님은 “지금 당장 고쳐 봐라!”고 하였다.흠산스님이 이
                 렇게 그를 지도했던 것을 살펴보면,흠산의 물음에는 조금도 빈
                 틈이나 부족한 곳이 없었다.
                   뒤이어 거양선객이 “화살은 잘 쏘셨지만 맞추지는 못했습니
                 다”하고 바로 소매를 떨치며 나가 버리니,흠산스님은 그처럼

                 말하는 것을 보자마자 곧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스님!”
                   거양선객은 과연 그대로 가지 않고 머리를 돌렸다.이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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