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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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93


               귀를 버리자니 두 눈이 멀게 될 터이다.
                -우측 눈의 무게는 여덟 냥이다.하나밖에 얻을 수 없다.앞으로 나아
                 가면 구덩이와 참호에 떨어질 것이요,물러가면 사나운 호랑이가 다
                 리를 물 것이다.

               아아!한 화살이 세 관문을 타파함이여!
                -모든 기틀이 이처럼 (관문을 타파해)올 때는 어찌하겠는가?무슨 말
                 을 하느냐?산산조각 났다.

               화살이 지난 뒷길은 또렷또렷 분명하다.
                -죽은 놈아!쯧쯧!(원오스님은)치면서 말한다.보았느냐?
               그대는 듣지 못하였느냐?
                -문둥이가 짝을 끌고 간다.(옛사람의)말을 들먹이네.

               현사(玄沙)스님이 하신
                -어느 것인들 현사(玄沙)스님이 아니랴!
               “대장부란 천지가 개벽되기 이전에 이미 마음으로 조종을 삼는
            다”라는 말을.
                -한 구절[一句]로 많은 흐름[衆流]을 끊어 버리니 만 가지 기틀이 깡
                 그리 녹아 없어졌다.(대장부의)본래면목이 나(원오스님)의 손안에
                 있다.천지 세계가 생기기 이전에 어느 곳에서 안신입명(安身立命)을
                 하랴!


               평창
                   이 송의 몇 구절은 귀종(歸宗)스님의 송 가운데에서 취한 것
                 이다.귀종스님이 지난날 이 송을 지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귀종
                 (歸宗)’이라 법호를 삼았는데 종문(宗門)에서는 이를 “종지(宗旨)
                 가 담겨 있는 말”이라 한다.그 뒤 동안(同安)스님이 소문을 듣
                 고서,“양공(良公)은 훌륭하게 화살을 쏘았지만 결국 과녁을 적
                 중시키진 못하였다”고 하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과녁을 적중시킬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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