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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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57
“저의 이름은 혜연(慧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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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저자 속에서 빼앗겼다.피차가 각각 본분을 지켰다.
앙산스님은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기연이라 말할 만하군.금상첨화이다.천하 사람
들이 귀착점을 알지 못했다.왜냐하면 국토는 넓고 사람은 적으며 서
로 만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암두스님의 웃음과 닮았지만 암두
스님의 웃음도 아니다.똑같은 웃음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 다를까?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
평창
삼성(三聖)스님은 임제(臨濟)스님 문하의 큰스님이시다.어려
서부터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지략이 있었으며 큰 기틀[大
機],큰 작용[大用]이 있어,대중 가운데 우뚝 솟아 짱짱했으며
사방에 명성이 자자하였다.그 뒤 임제스님을 하직하고 회해(淮
海)지방을 두루 행각하였는데,이르는 총림마다 모두 큰스님으
로 그를 대접하였다.그 후 북쪽 지방을 떠나 남방에 이르러 맨
먼저 설봉(雪峰)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빛 잉어는 무엇을 먹이로 해서 낚을
까요?”
“ 그대가 그물을 뚫고 나올 때 말해 주겠다.”
“ 1천5백 명을 거느리는 선지식이 화두도 모르다니.”
“ 노승은 주지 일이 바빠서…….”
뒷날 설봉스님이 사찰의 장원(莊園)으로 가는 길에 원숭이를
만났다.이에 삼성스님에게 말하였다.
“이 원숭이가 각기 하나의 옛 거울[古鏡]을 차고 있다네.”
“ 오랜 세월을 지내 오도록 이름조차도 붙일 수 없었거늘 어
*삼성본에는 ‘慧’자가 ‘惠’자로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