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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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55
면서 분수 따라 시절을 보내질 않고 양나라 땅에 찾아와 이처
럼 주석을 내어 한 번 경상을 후쳐치더니 바로 법좌에서 내려
왔느냐?”고 한 것이다.바로 이것이 티끌먼지를 일으킨 것이다.
제대로 되려면 하늘을 바라보면서 위로는 부처가 있는 것도
보지 않고,아래로는 중생이 있는 것도 보지 않았어야 했다.그
러나 만일 세간을 벗어난 일을 의논한다면 머리에는 재 쓰고
얼굴에는 흙 바르고,무(無)를 가지고 유(有)라고 하며,유를 가
지고 무라고 하며,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며,거친 것을 곱다고
하는 꼴이다.그러기보다는 차라리 어물전이나 술집을 이리저
리 누비면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이 일’을 밝히도록 했어야
했다.이처럼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설령 미륵 부처님이 하생(下
生)한다 하여도 한 사람은커녕 반 사람도 (‘이것’을)아는 이가
없을 것이다.
부대사는 흐리멍덩했지만 다행히 지기(知己)인 지공스님이
있었다.지공스님이 아니었다면 나라를 떠났을 것이다.말해 보
라,지금은 어디에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