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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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준 것이다.
그러므로 설두스님은 뒤의 송에서 “잡아들이기도 하고 놓아
주기도 하니 무슨 종지인가?”라고 하였으니,이 한 구절로 일시
에 송을 끝마친 셈이다.
앙산스님은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는데,이 또한 권(權)․실
(實)이 있고,조(照)․용(用)이 있었던 것이다.그는 팔방이 영롱
하게 빛났기 때문에 활용함에 있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이 웃음은 암두스님의 웃음과는 다르다.암두스님의 웃
음에는 독약이 있었으나,이 웃음에는 천고만고의 맑은 바람이
늠름하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잡아들이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니,이 무슨 종지인가?
-몇 사람이나 그를 알까?팔방이 영롱하다.하마터면 이런 일이 있다
고 여길 뻔했다.
호랑이를 타는 목적은 공(功:인위적인 조작)을 끊는 데 있다.
-정수리에 외알눈이 있고 팔꿈치 위에 호신부(護身符)가 있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호랑이를 타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내려오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이러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일’을 밝힐 수 있겠는가.
실컷 웃어 제치고 어디로 갔을까?
-9주 400군(九州四百軍:趙․宋의 행정구역)을 다 뒤져도 이러한 사람
을 찾기 어렵다.말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천고만고에 맑은
바람이다.
천 년이 지나도록 자비의 바람 진동하리.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쯧쯧!벌써 큰 웃음을 웃었는데 무엇 때문에
자비의 바람을 일으키랴!대지가 캄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