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261

벽암록 中 261


               평창
                   “잡아들이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니,이 무슨 종지인가?”라

                 는 것은,잡아들이고 놓아주고 하여 서로서로가 빈(賓)․주(主)
                 가 된다는 것이다.앙산스님이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하자,
                 삼성스님이 “나의 이름은 혜적입니다”한 것은 놓아준 것이며,
                 앙산스님이 “혜적은 바로 나다”고 하자,삼성스님이 “저의 이름
                 은 혜연입니다”한 것은 잡아들인 것이다.실로 이는 서로서로
                 가 교환한 기봉이다.잡아들이면 모두 잡아들이고 놓아주면 모
                 두가 놓아주니,이로써 설두의 송은 일시에 끝나 버렸다.그가

                 의도한 바는 “놓아주거나 잡아들이지 않아 서로가 교환하지 않
                 는다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이
                 모두가 (혜적․혜연이라는)네 글자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그
                 안에서 놔주었느니 잡아들였느니 하며,또 쥐었느니 풀어헤쳤
                 느니 하는가?그러므로 옛사람은 “그대가 서면 나는 앉고 그대
                 가 앉으면 나는 서버린다.함께 앉고 함께 서게 되면 둘 다 눈
                 뜬 장님이다”고 말하였다.이것이 “잡아들이기도 하고 놓아주기
                 도 하니,이 무슨 종지인가?”이다.

                   “호랑이를 타는 목적은 공(功:인위적인 조작)을 끊는 데 있
                 다”는 것은,이처럼 고고한 풍채야말로 으뜸의 솜씨[機要]이므
                 로 타려거든 단박에 타고 내리고 싶으면 문득 내리면서 호랑이
                 머리에 올라타기도 하고 호랑이 꼬리를 잡기도 해야 한다는 것
                 이다.삼성스님과 앙산스님 두 사람 모두 이러한 기풍이 있었
                 다.
                   “실컷 웃어 제치고 어디로 갔을까?”라고 하였는데,말해 보

                 라,그가 웃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이는 곧 맑은 바람
                 늠름한 경지인데,무엇 때문에 끝에서 갑자기 “천 년이 지나도
                 록 자비의 바람이 진동한다”고 말하였을까?이는 사람이 죽었
   256   257   258   259   260   261   262   263   264   265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