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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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서 손수 두 그루의 나무를 심고 이를 쌍림(雙林)이라 이름
                 붙였고,자칭 미래의 선혜대사(善慧大士)라 하였다.그가 하루는
                 글을 지어 제자에게 시켜서 무제에게 표(表)를 올려 황제께 여
                 쭈었다.때에 조정에서는 군신(君臣)의 예의가 없다 하여 받아
                 들이지 않았다.
                   부대사는 금릉성(金陵城)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팔았는데,당

                 시 무제가 간혹 지공스님을 청하여  금강경 을 강의하게 하자,
                 지공스님은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강의를 하지 못합니다.시중에 부대사라는 사
                 람이 있사온데 그가 이 경을 강의할 수 있습니다.”
                   무제는 조서를 내려 그를 대궐로 불러들였다.
                   부대사는 입궐하여 법좌 위에서 경상을 한 번 후려치고 바로
                 내려와 버렸다.당시에 대뜸 떠밀쳐 넘어뜨려 버렸더라면 한바
                 탕 뒤죽박죽되는 꼴을 면하였을 텐데,도리어 지공스님이 “폐하

                 께서는 아셨는지요”하자 무제가 “모르겠군요”라고 말하여,“부
                 대사는  금강경   강의를 마쳤습니다”라는 지경을 당하고야 말
                 았다.이는 한 사람은 우두머리가 되고 한 사람은 꼴찌가 된 것
                 이라 하겠다.
                   지공스님이 이처럼 말하긴 했어도 꿈엔들 부대사를 보았겠는
                 가!그네들 모두가 망상분별을 한 것이다.부대사가 그 중에서
                 가장 기특하다 하겠다.죽은 뱀(경전)이긴 하나 잘 부리면 살아

                 난다.
                   어차피 경전 강의인데 무엇 때문에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의석(二義釋)을 쓰지 않았을까?평소 좌주는 한결같
                 이 말하기를 “금강의 바탕은 견고하여 어느 물건도 이를 부수
                 지 못하며,날카롭기 때문에 만물을 꺾을 수 있다”고 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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