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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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59


                   앙산스님이 그 이유를 물어보니,곧 임제스님의 적자(嫡子)였
                 다.
                   앙산스님이 삼성스님에게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라고 물
                 었는데,그가 이름을 알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다시 이처럼 물
                 었을까?그러므로 작가가 사람을 시험하려면 자세히 그를 알아
                 야 한다.그러기에 무심하게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어 완

                 전히 계교상량을 없앴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삼성스님은 혜연이라 하지 않고 혜적이
                 라고 말했을까?살펴보면 안목을 갖춘 사람은 자연 (보통 사람
                 들과)같지 않다.삼성스님이 이처럼 말한 것은 전도된 것이 아
                 니라 대뜸 적군의 깃발을 빼앗고 북을 빼앗은 것이다.본뜻은
                 앙산스님의 어구(語句)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상정(常情)에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놈의 솜씨가 있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그러므로 “활

                 구를 참구해야지 사구를 참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만일
                 상정(常情)을 따른다면 사람을 쉬게 하려 해도 쉬질 못한다.
                   살펴보면 옛사람들은 이처럼 도를 생각하며 정신을 다한 후
                 에야 비로소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이미 깨친 뒤 이를 활용할
                 때에도 결국은 깨닫기 이전의 시절과 흡사하여,상황에 딱딱 들
                 어맞아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상정에 떨어지지 않았다.
                   삼성스님은 앙산스님의 귀착점을 알고서 대뜸 그에게 말하였

                 다.“나의 이름은 혜적입니다”라고.앙산스님은 삼성스님을 (덫
                 을 놓아)잡아들이려고 하였는데,삼성스님이 거꾸로 앙산스님
                 을 잡아들인 것이다.앙산스님은 완전히 당하여 벌거숭이가 되
                 어 말하기를 “혜적은 바로 나라네”하였다.이는 (상대를)놓아
                 준 것이며,삼성스님이 “나의 이름은 혜연입니다”한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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