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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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종스님이 일원상 가운데 앉자,
                -한 사람이 (장단을 맞추어)바라를 쳤다.길 같은 길을 가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마곡스님은 여인처럼 다소곳이 절하는 시늉을 하니,
                -한 사람이 북을 치니 모두 세(남전․귀종․마곡)스님이 됐다.
               남전스님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떠나지 않겠네.”

                -반쯤 길을 가다가 빠져나와야 제대로 된 사람이다.한 마당 좋은 곡
                 조로다.작가로군,작가이다.

               귀종스님은 말하였다.
               “이 무슨 수작이냐!”
                -다행히도 알았구나.당시에 한 차례 따귀를 쳤어야 했다.멍청한 놈
                 이구나.


               평창
                   당시 마조(馬祖)스님은 강서(江西)지방에서,석두(石頭)스님
                 은 호상(湖湘)에서,혜충국사(慧忠國師)는 장안(長安)에서 크게
                 가르침을 폈는데,그들은 모두 육조(六祖)스님을 친견하였다.그
                 때 남방의 뛰어난 사람들은 모두가 입실(入室)을 원하였으며 그
                 렇지 못하면 이를 수치로 여겼던 것이다.이 세 노스님이 혜충
                 국사를 예방하러 가는 도중에 한바탕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남전스님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떠나지 않겠네.”
                   이미 낱낱이 말해 버렸는데 무엇 때문에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였을까?말해 보라,옛사람의 뜻은 무엇이었는가를.당시
                 “그렇다면 떠나지 않겠다”라고 말했을 때 따귀를 후려쳐서 그
                 가 무슨 재주를 부리나를 살펴보았어야 했다.만고에 떨치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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