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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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은 말하기를 “소리 밖의 구절을 들을지언정 의식 가운데
                 에서 구하지 마라”하였다.
                   말해 보라,그의 뜻이 무엇이었는가를.이는 급류가 흐르는
                 듯,칼을 휘두르는 듯,번갯불이 치는 듯,별이 나는 듯하다.만
                 일 머뭇거리며 생각하면 일천 부처님이 출세하여도 그것을 찾
                 지 못한다.이처럼 심오한 경지에 깊숙이 들어가 뼛속까지 사무

                 치고 투철히 깨치면,반산스님도 한바탕 실수를 한 것이다.말
                 을 이용해서 종지를 알려고 하여 좌우 종횡으로 사량분별한다
                 면,반산스님이 한 말이 결국 그대를 속박하는 말뚝이 될 뿐이
                 다.만일 언어문자나 소리나 모양으로 궁리를 했다가는 꿈속에
                 서도 반산스님을 보지 못할 것이다.
                   은사이신 오조(五祖)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쪽’으로 뚫고
                 지나가야 자유로운 경지가 있다”하였다.듣지 못하였느냐?삼
                 조(三祖)스님의 말씀에 “집착하면 법도를 잃게 되어 반드시 삿

                 된 길로 들어가며,놓아버리면 자연스러워져서 본래 가고 머무
                 름이 없다”는 것을.여기에서 “부처도 없고 법도 없다”고 말한
                 다면 또한 귀신의 굴속으로 들어가게 된다.옛사람은 이를 “해
                 탈이라는 깊은 구덩이”라고 말했는데,본디 이는 원인은 좋았는
                 데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그러므로 반산스님은 “하염없고
                 할 일 없는 사람이여,오히려 쇠고랑 차는 변을 당한다”고 하였
                 다.궁극적으로는 여기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말이 없는 곳에서

                 말할 수 있고 행할 수 없는 데에서 행할 수 있다면,이를 몸을
                 돌리는 곳이라고 한다.
                   “삼계에 법이 없는데,어디에서 마음을 찾겠느냐?”고 하였는
                 데,그대들이 알음알이로 이해한다면 그의 말속에서 죽게 될 것
                 이다.설두스님의 견처(見處)는 종횡으로 뚫려 있기에 송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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