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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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67
도장을 떼면 집착하는 것이고
-바른 법으로 행하여라.잘못됐다.
찍으면 망가진다.
-재범하면 용서치 않는다.법대로 행할 때를 보아라.내질러라.(원오
스님은)쳤다.
떼지도 못하고 찍지도 못하니,
-(도장을)찍을래야 찍을 수 없는 곳을 보아라.상당히 잘못되었다.
찍어야 옳을까 찍지 않아야 옳을까?”
-천하 사람에게는 모두 목을 내밀거나 움츠릴 자격이 있다.모습이 이
미 드러났다.선상을 들어 뒤엎어 버리고 대중을 흩어 버려라.
때에 노파장로(盧陂長老)가 대중 속에서 나와 여쭈었다.
“저에게 무쇠소의 기봉이 있습니다.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놈을 한 명 낚았다.참으로 기특하다.
스님께서는 인가하지 마십시오.”
-좋은 이야기로다.잘못된 걸 어찌하랴.
풍혈스님이 말했다.
“고래를 낚아 바다를 맑히는 데는 익숙하지만,개구리 걸음으
로 진흙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짓이야 안 하지.”
-매가 비둘기를 낚아채듯 하였다.보배 그물이 허공에 널려 있구나.
신구(神駒:풍혈스님)가 천 리를 달린다.
노파장로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자
-아이고 가엾어라.그래도 빠져나올 곳은 있었구나.용서해 준 것이
아깝다.
풍혈스님이 소리지른 다음에 말하였다.
“장로는 왜 말을 계속하지 못하느냐?”
-깃발을 꺾고 북을 빼앗았다.시끄러워지는구나.
여전히 노파장로가 머뭇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