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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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57
“백․천의 많은 부처님에 대해서 그 이름을 들어 왔습니다
만은,도대체 어느 국토에 거처하며,또 중생을 교화하고 있는
지요?”
“ 최호(崔顥)가 ‘황학루(黃鶴樓)’시를 써낸 이후로,그대는 황
학루에 관한 시를 써본 적이 있었는가?”
“ 아직 쓰지 못했습니다.”
“ 한가할 때 시 한 편을 써보는 것이 좋겠다.”
잠대충은 이처럼 일평생 사람을 지도함에 구슬이 구르는 듯,
그 자리에서 이해하도록 해주었다.송은 다음과 같다.
송
대지엔 티끌 한 점 없는데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대청에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누구도 ‘이것’
을 없앨 수 없지.천하가 태평하다.
어느 사람인들 보려 하지 않으랴.
-이마에서 큰 광명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흙과 모래를 뿌려 본들 무
슨 소용이 있으랴.
처음엔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
-아주 잘못했네.이는 한 번 풀 속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네.다행히도
앞에서 이미 말을 했기 망정이지…….
다시 지는 꽃을 따라서 돌아왔네.
-곳곳이 온통 참되도다.아뿔사,돌아왔구나.(발밑에)진흙이 석 자나
되네.
파리한 학은 차가운 나무 위에서 발돋움하고
-이리저리 멋대로 한마디 보태는군.더더욱 허다한 쓸데없는 일만 있네.
미친 원숭이는 옛 누대에서 휘파람을 분다.
-몸소 쓸데없이 힘을 들였기 때문이다.한 구절을 더하려 해도 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