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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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69
“깊은 산 속에 소나무는 심어서 무엇 하려고?”
“ 첫째는 산문의 경치를 이루고,둘째는 후인을 위한 표식을
만들려고 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곧 괭이로 땅바닥을 찍으니 황벽스님은 말
하였다.
“그렇긴 하지만 그대는 벌써 스무 방망이를 맞았느니라.”
임제스님이 다시 한 차례 찍으며 “휴-”하고 길게 탄식하
자,황벽스님은 말하였다.
“나의 종풍이 그대에게 이르러 세상에 크게 일어나리라.”
위산 철(潙山喆)스님은 말하였다.
“임제스님이 이처럼 한 것은 괜히 한 대 쥐어박는 것과 꼭
닮았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위태로운 일에 임하여 절개를 변치 않
아야 참으로 장부라 할 수 있다.황벽스님은 “나의 종풍이 그대
에게 이르러 세상에서 크게 일어나리라”고 말하였는데,이는 제
새끼 귀여운 줄만 알고 잘못을 못 보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그 후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은 당시 임제스님 한 사람에게만 부촉하였는가,아
니면 따로 부촉한 사람이 있느냐?”
“ 있긴 합니다만 먼 훗날의 일이므로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
다.”
“ 그렇긴 하지만 나도 알고 싶으니 어서 말해 보게나.”
“ 한 사람이 있어 남쪽을 가리키며 오월(吳越)땅에서 법을 행
하다가(남원스님을 지칭하는 듯),큰 바람[大風]을 만나면 그치
리라.”이는 풍혈스님을 예언했던 것이다.
풍혈스님은 처음 5년 동안 설봉스님에게 참구하였는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