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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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 이튿날 남원스님이 평상시 그러듯이 물었다.
“올 여름 안거는 어느 곳에서 났는가?”
“ 녹문에서 곽시자와 함께 지냈습니다.”
“ 참된 작가를 직접 만났군.”
이어 또다시 말하였다.
“그가 그대에게 무어라 하던가?”
“ 시종 저더러 한결같이 주인이 되어라[作主]하였습니다.”
남원스님이 대뜸 몽둥이로 친 후 방장실 밖으로 밀쳐내면서
말하였다.
“이런 패배한 놈을 어디에 쓰겠는가.”
풍혈스님은 이로부터 마음에 새기고 남원스님의 회하에서 원
두(園頭)소임을 보았다.하루는 남원스님이 밭에 와서 물었다.
“남방에서는 한 방망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 기특하다고 생각합니다.스님,그러면 여기에서는 어떻게 생
각합니까?”
남원스님이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며 말하였다.
“방망이 아래 무생법인(無生法忍)은 문제의 핵심에 직면해서
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풍혈스님은 이에 완전히 깨쳤다.
이때는 오대(五代)의 난리를 겪는 시대였다.영주(郢州)의 목
사가 스님을 맞이하여 여름을 지내게 하였는데 이때 임제종만
이 크게 성행하였다.그의 문답과 수시(垂示)가 날카롭고 참신
하여,마치 꽃이 한 군데 모여 있고 비단이 촘촘한 것처럼 말마
다 모두 다 귀착점이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목사가 스님에게 상당법문을 청하자 대중 설법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