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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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77
방편을 써서 웃기도 하고 노하기도 하며,혹은 몸을 절반만
나타내기도 하며,사자를 타고 나타나기도 하며,코끼리를 타
고 나타나기도 한다.
만일 진정한 학인이 있어 그 학인이 큰 소리를 지르면,먼
저 집착의 단지를 드러내 버리되,선지식이 이 경계를 분별하
지 못하고 그 경계 위에서 모양을 지으면,그 학인은 또다시
큰 소리를 지른다.그러나 선지식이 이를 기꺼이 놓아버리려
하지 않으니,그것이 바로 불치병으로서 치유될 수 없는 것이
다.이를 ‘손님이 주인을 봄[賓看主]’이라고 한다.
또 선지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그 학인이 질문하려 했
던 것을 선수로 가로채 버린다.그러면 학인은 빼앗기고 말았
는데도,필사적으로 놓으려 하질 않을 것이다.이를 ‘주인이
손님을 봄[主看賓]’이라 한다.
또 학인이 하나의 청정한 경계로 선지식 앞에 나타나면,선
지식은 이 경계를 분별하고 그를 잡아 구덩이 속으로 던져
버린다.그러면 학인은 “참으로 선지식이십니다”하고 말한
다.선지식이 바로 “쯧쯧,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놈”하고 말
하면,학인은 예배한다.이를 ‘주인이 주인을 봄[主看主]’이라
고 한다.
또는 학인이 목에 칼을 쓰고 족쇄에 묶이어 선지식 앞에
나오면,선지식은 다시 그에게 한 꺼풀 더 결박을 지어 준다.
이것은 학인이 기뻐하며 피차를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를 ‘손님이 손님을 봄[賓看賓]’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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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大德)이여,산승(원오스님 자신)이 이상에서 거량한 것은
모두가 마구니와 외도를 분별하여 삿된 도와 바른 도를 알게
*이 부분의 내용은,촉본(蜀本)이나 복본(福本)에는 없다고 한다.아마도 뒷날 끼워
넣은 듯하다.그러나 여기에서는 삼성본(三省本)을 따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