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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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때는 어떠합니까?”
                -대추를 통째로 삼키고 우물거린다.어리석게 굴어 무엇 할 거냐?
               “황금빛털 사자니라.”
                -칭찬하기도 하고 깎아 내리기도 한다.한판의 승부에 각자가 모두 이
                 겼군.한 번 잘못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잘못을 하니 이 무슨 심보
                 인고?

               평창
                   여러분은 이 스님이 물은 뜻과 운문스님이 답한 뜻을 알겠는
                 가?알 수 있다면 두 사람이 한 말은 모두 언어 이전의 표현이
                 되겠지만,몰랐다면 어리석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떤 스님이 현사(玄沙)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청정법신입니까?”
                   “ 고름이 뚝뚝 떨어지느니라.”

                   이는 금강의 눈[金剛眼]을 갖추어 판별해 보도록 하라.
                   운문스님은 이 스님과는 같지 않았다.어느 때는 (모든 방편
                 을)거두어들여서 마치 만 길 벼랑에 홀로 서 있어 가까이할 곳
                 이 없고,어느 때는 (방편으로)한 가닥 길을 터놓고 생사를 함
                 께하기도 하였다.운문스님의 세 치 혀끝은 매우 빈틈이 없다
                 하겠다.

                   어떤 사람은 “이는 주사위의 숫자에 (모든 성패를)맡기듯이,
                 무심하게 대답한 것이라”고 말한다.그렇다면 말해 보라,운문
                 스님의 귀착점은 어디에 있는가를.이는 자기 자신의 일이니 바
                 깥에서 헤아리지 마라.
                   그러므로 백장스님은 “삼라만상과 모든 언어를 자기에게 귀
                 결시켜,수레바퀴처럼 매끄럽게 운용해야 한다”고 하였다.활발
                 발(活潑潑)한 곳에서 대뜸 이르기를,“만일 여기에서 머뭇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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