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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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83
며 생각한다면 바로 제이구(第二句)에 떨어진다”고 하였다.영
가(永嘉)스님은 “법신을 깨달으니 한 물건도 없다.본원(本源)의
자성(自性)이 본래의 부처이다”라고 말하였다.
운문스님은 이 스님을 시험하였으나,스님 또한 그(운문스님)
집안 사람인 터라 원래 오래 참구했다.집안 사정을 알고 있기
에 이어서 말하였다.
“그럴 때는 어떠합니까?”
“ 황금빛털 사자니라.”
말해 보라,이는 그를 인정한 것일까,인정하지 않은 것일까?
칭찬한 것일까,깎아 내린 것일까?
암두스님은 말하였다.
“전쟁으로 말한다면 어디에서라도 몸을 비킬 자리에 서 있어
야 한다.”
또 말하였다.
“활구(活句)를 참구해야지 사구(死句)를 참구해서는 안 된다.
활구에서 알면 영겁토록 잊지 않겠지만 사구에서 알면 자신마
저 구제하지 못한다.”
또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다.
“불법은 물속에 어린 달 그림자와 같다 하는데,그렇습니까?”
“ 맑은 파도는 뚫을 길이 없느니라.”
다가가서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 다시 물어 뭘 하겠는가?”
“ 이럴 때는 어떠합니까?”
“ 겹겹이 쌓인 멀고먼 관산(關山)길이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 일은 언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