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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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87


                 더라면 남전스님을 절단냈을 뿐 아니라,천하의 납승들까지 기운이
                 빠졌을 것이다.

               대부를 부르더니,“요즘 사람들은 이 한 포기의 꽃을 마치 꿈
            결에 보는 것과 같이 하느니라”라고 했다.
                -원앙 자수는 보여주되,금바늘은 사람에게 주지 마라.잠꼬대하지 마
                 라.노란 꾀꼬리가 (꽃의 아름다움에 끌려)버들가지에 내렸다.

               평창
                   육긍대부는 남전스님을 오래 참례하였다.평소 이치의 세계
                 에 마음을 두고 깊이  조론(肇論) 을 연구하였다.하루는 앉아
                 있다가 이 두 구절이 의심스러워 물은 것이다.
                   “조법사(肇法師)의 말에 ‘천지는 나와 한 뿌리며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고 하였는데 매우 이해하기 어렵군요.”
                   조법사는 후진(後晋)시대의 고승으로서 도생(道生)․도융(道

                 融)․도예(道叡)스님과 함께 구마라집(鳩摩羅什)문하의 사철(四
                 哲)로 일컬어진다.
                   어린 시절엔  장자 와  노자 를 탐독하고 그 뒤 고본(古本)
                  유마경(維摩經)을 베껴 쓰다가 깨친 바 있어  장자 와  노

                 자 에는 참된 진리가 없음을 알고,여러 경전을 종합하여 네 편
                 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장자 ․ 노자 에서는 천지란 큰 형체를 갖고,나의 형체도
                 또한 그와 같아,모두 허무(虛無)의 한가운데서 태어났다고 한
                 다. 장자 의 대의는 만물이란 본질적으로 똑같다[齊物]는 것을
                 논했을 뿐이지만,조공(肇公)의 대의는 만물의 자성이란 모두가
                 자기에게로 귀결된다는 점을 논하였다.
                   듣지 못하였느냐? 반야무명론 에서는 “지극한 사람[至人]은
                 텅텅 비어 형상이 없어서 만물이란 나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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