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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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85


                   “꽃울타리여!”하더니,바로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고 하였
                 다.사람들은 모두 “운문스님은 주사위의 어떤 숫자가 나오든
                 개의하지 않듯이,무심하게 대답하였다”고들 한다.모두가 그의
                 뜻을 망정으로 이해하였다.이 때문에 설두스님은 본분소식으
                 로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고 하였다.그러나 운문스님의 뜻이
                 ‘꽃울타리’에 있지 않았기에,“저울 눈금은 저울대에 있지,받침

                 대에 있지 않다”고 한 것이다.
                   이 한 구절을 참으로 잘못 알고 있다.물속에는 원래 달이
                 없고 달은 하늘에 있듯이,저울 눈금은 저울대에 있지 받침대에
                 있지 않다.말해 보라,무엇이 저울대인가를.이를 분별하여 밝
                 힐 수 있다면 설두스님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옛사람(설두스님)은 여기에 이르러서 자비로써 분명히 그대
                 에게 말하기를 “여기에 있지 않고 저기에 있다”하였다.말해
                 보라,저기는 어느 곳인가를.이는 첫 구절에서 이미 노래하였

                 으며,뒤이어 그 스님이 “그럴 때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한
                 데 대해서,“전혀 잡다함이 없다”고 노래하였다.
                   말해 보라,이는 밝은 것일까,어두운 것일까?알고서 이처럼
                 말했을까,모르고서 말했을까?“황금빛털 사자를 그대들은 살펴
                 보라”하였는데,황금빛털 사자를 보았느냐?태양과 같아서 정
                 면으로 보았다가는 눈이 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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