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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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93
-적의 망루(望樓)를 보고 망루를 공격한다.도적이 도적을 아는군.같
은 침상에 눕지 않았다면 이불 밑이 뚫렸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평창
조주스님이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완전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떠합니까?”
“ 야간통행하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거라.”
말해 보라,이는 어떠한 시절인가를.구멍 없는 피리에서 나
는 소리가 방음판에 부딪치는 것과 같다.이는 ‘주인을 시험하
는 물음[驗主問]’이라고도 하며,‘수작을 거는 물음[心行問]’이
라고도 한다.투자스님과 조주스님은 총림에서는 뛰어난 변재
라고 찬미하였다.두 노장들의 법사(法嗣)는 다르지만 그들의
기봉은 한가지였다.
하루는 투자스님이 조주스님을 위하여 찻자리를 마련하여 마
주하게 되었다.손수 떡을 조주스님에게 건네주었으나 조주스
님은 조금도 거들떠보지를 않았다.투자스님이 행자를 시켜 조
주스님에게 떡을 주도록 하자,조주스님은 행자를 향하여 세 차
례 절을 하였다.말해 보라,그 뜻이 무엇인가를.그를 살펴보면
모두가 근본 자리에서 본분의 일을 들어 사람을 지도한 것이다.
어떤 스님이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 도이니라.”
“ 무엇이 부처입니까?”
“ 부처니라.”
“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 열려 있다.”
“ 천지가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金鷄未嗚時]는 어떠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