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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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23
“부엌의 삼문(三門)이다.”
-노파심이 간절하다.말을 주절거려 무엇 하겠는가?
또 말하였다.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
-스스로 겨우 반절은 알았구나.그래도 조금 멀었다.
평창
운문스님이 방장실에서 법문을 하여 사람을 인도하였다.
그대들의 자신 속에 각기 한 광명이 있어 예나 제나 빛을 드
날리니,지견(知見)과는 완전히 관계가 없다.그런데도 이 광명
을 물으면 결코 모른다.그러니 어둡고 캄캄한 경지가 아니겠느
냐?20년 동안 이처럼 법문하였으나 그의 뜻을 아는 사람은 없
었다.향림(香林)스님이 훗날 이를 대신 말씀해 주시기를 청하
자 운문스님은 “부엌의 삼문(三門)이다”하였고,또한 “좋은 일
도 없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그는 평소에 대신한 말이 한 구절뿐이었는데,어떻게 해서
여기에는 두 구절이 있을까?앞의 한 구절은 그대들을 위하여
간단히 한 가닥 (가느다란 방편의)길을 터놓고서 그대들이 알
도록 한 것이다.영리한 자라면 이를 듣자마자 눈썹을 치켜세우
고 바로 떠날 것이다.그(운문스님)는 사람들이 여기에 집착할
까 두려워하여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이는
여전히 그대들을 위하여 자취마저도 쓸어 준 것이라 하겠다.
요즈음 사람들은 “광명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눈을
똑바로 뜨고 “어디가 부엌이며,어디가 삼문이냐”고 말들 하지
만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그러므로 그 의도하는 바를 알아
차릴지언정 저울 눈금을 잘못 인식하지 말라고 했다.이 일은
눈으로 보는 것에도 있지 않고,또한 경계[境]에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