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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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도 잡지 않으면 흰구름은 멀리 만 리나 흘러가 버리는
                 데 다시 무슨 “천 리 밖에 가서야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룩진 무늬는 아름다운데 발톱과 이빨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옳기는 옳지만,호랑이가 이빨과 발톱을 감출 줄은 알았어
                 도 사람을 물 줄 모른 데야 어찌하겠는가.

                   “그대는 듣지 못하였느냐,대웅산 아래에서 홀연히 만나 보
                 니 우렁찬 소리와 광채가 모두 대지를 진동했던 것을”이라 한
                 것은,하루는 백장스님이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느냐?”
                   “ 산아래 버섯 따러 갔다 옵니다.”
                   “ 호랑이를 보았느냐?”
                   황벽스님이 문득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자,백장스님이 허리
                 춤에서 도끼를 꺼내어 찍는 시늉을 하니,황벽스님은 백장스님

                 을 잡아 쥐고 따귀를 후려쳤다.
                   백장스님이 저녁에 상당하여 말하였다.
                   “대웅산 아래 호랑이가 있다.그대들은 출입하면서 잘 살펴
                 보도록 하라.오늘 노승은 한 차례 직접 물렸다.”
                   그 뒤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의 호랑이 화두는 어떠한가?”
                   “ 스님의 뜻은 어떠합니까?”

                   “ 백장스님이 (그를)당시에 도끼로 찍어 죽였어야 했는데,무
                 엇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도록 했을까?”
                   “ 그렇지 않습니다.”
                   “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 호랑이의 머리를 탈 뿐 아니라,호랑이 꼬리도 잡을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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