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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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지견(知見)이 끊기고 득실(得失)을 망각하여,말끔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말끔한 각자 자기 자신 속에서 알아차려
야 할 것이다.
운문스님은 “밝은 대낮에는 왕래하기도 하며 사람을 분별하
기도 하지만,홀연히 한밤중이 되어 해와 달과 등불이 없을 때,
전에 가봤던 곳은 그만두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어떤
물건을 집으려 한다면 집을 수 있을까?”라고 말하였으며, 참동
계(參同契) 에서는
밝음 속에 어둠이 있나니
어둡다고만 하지 말고
어둠 속에 밝음이 있나니
밝다고만 하지 마라.
고 하였다.만일 명암(明暗)을 모두 끊어 버린다면 말해 보라,
이는 무엇이겠는가?그러므로 (원각경 에서는)“마음의 꽃이
피어나 시방세계를 비춘다”하였고,반산(盤山)스님은
광명은 경계를 비추지 않고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광명과 경계를 함께 잊으면
이는 어떤 물건일까?
라고 하였으며,또한 (三平義忠스님의)다음과 같은 말이 있기
도 하다.
이 견문(見聞)이란 견문 아니니
그대에게 보여줄 성색(聲色)은 전혀 없다.
이 속에서 깨친다면 전혀 일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