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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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문제의 핵심을 알고 움직였다.오조
                 (五祖)스님께서도 이를 ‘신통유희삼매(神通游戲三昧),혜거삼매
                 (慧炬三昧),장엄왕삼매(莊嚴王三昧)’라 말하였다.후세 사람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살펴보지도 못하면서 옛사람을 점검하며
                 문득 득실이 있다고 한다.어떤 이는 “분명히 암주가 손해를 보
                 았다”고들 하지만,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설두스님은 “두

                 사람의 만남에는 모두 놓아버린 것이다”라고 하였다.스님이
                 “여기에서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어찌하시렵니까?”하
                 자,동봉암주가 대뜸 호랑이 울음소리를 냈던 것도 놓아버린 것
                 이며,“노승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도 놓아버린 것이다.이는
                 분명 제이기(第二機)에 떨어진 것이다.
                   설두스님은 “쓰고 싶으면 바로 쓴다”고 말하였다.요즈음 사
                 람들은 이러한 말을 듣고서 말하기를 “당시에 보기 좋게 법령
                 을 시행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지만,봉사가 몽둥이 휘두르듯

                 얼토당토않은 짓을 하지 마라.
                   덕산스님의 경우는 문에 들어서기만 하면 대뜸 방망이질을
                 하였고,임제스님은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할(一喝)을 하였는
                 데,말해 보라,그들의 뜻은 무엇이었는가를.
                   설두스님은 뒷면에서 이와 같은 점을 송하였다.
                   말해 보라,필경 어떻게 해야 귀를 막고 방울을 도둑질하는
                 것을 면할 수 있을는지를.(설두스님은)송하였다.


               송

               (호랑이를)보고서도 잡아들이지 못하면
                -빗나가 버렸다.벌써 천리 만리 밖이다.
               천 리 밖에 가서야 그리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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