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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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37
고 텅텅 비어 말끔한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처럼 말할 줄 안
것이다.그 당시의 여러 사찰에서 모두 우러러보았다.평소의
대중 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총림의 노스님들이 모두 사람을 제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한
다고 하나,만약 세 가지 병을 앓는 자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맞이할까?”
눈병을 앓는 자에겐 백추를 잡고 불자를 세워도 그는 보지
못하며,귓병을 앓는 자에겐 어언삼매를 해도 그는 듣지 못하
며,벙어리를 앓는 자에겐 말하도록 해도 말하지 못한다.이들
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 사람들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불
법이 영험이 없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이를 소경․귀머거리․벙어리로 안다면 끝
까지 (현사스님의 의도를)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말
속에서 죽지 마라”고 했으니,반드시 현사스님의 의도를 알아야
할 것이다.현사스님은 항상 이 말을 가지고 사람을 제접하였
다.
어떤 스님이 현사스님의 처소에서 오랫동안 있었는데 하루는
상당법문을 하자,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이라는 화두에
대해서 학인이 그 도리를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렵니까?”
“ 해봐라.”
스님이 대뜸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한마디하고서 내려가자
현사스님은 말하였다.
“옳지 않다,옳지 않아.”
이 스님은 현사스님의 뜻을 알았던 것이다.
그 뒤 법안(法眼)스님이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