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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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으리만큼 밝은 눈을 지녔지만,황제가 적수(赤水)가에서 노닐
                 다가 구슬을 빠뜨려 버려 이를 이루에게 찾으라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설구(契詬)*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그 후
                                   27)
                 상망(象罔)*에게 찾으라고 하였더니 구슬을 찾아냈다 한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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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므로 “상망이 가면 광채가 찬란하고,이루가 가는 곳엔 하늘
                 까지 물결이 넘실거린다”고 하였다.

                   이처럼 높은 경지의 한 수는 이루의 눈으로서도 본래의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사광(師曠)인들 어찌 현묘한 음률을 알랴.
                 주(周)나라 때 강주(絳州)진(晉)의 경공(景公)에게는 아들 사광
                 이 있었는데,자(字)는 자야(子野)이다.그는 5음 6률(五音六律)
                 을 잘 알았으며,산너머에서 개미 싸우는 소리까지도 들었다.
                 이때 진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패권 다툼이 있었다.사광은
                 거문고를 뜯고 앉아 있으면서도 초나라의 싸움에서 반드시 전
                 공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그런데도 설두스님이 “그(사광)

                 는 아직도 현묘한 음률을 모른다”고 말한 이유는,(5음 6률을
                 잘 구별하는 것처럼)귀먹지 않았지만 마치 귀먹은 사람 같았
                 기 때문이다.이 높은 곳의 현묘한 음률은 사광이라 해도 알지
                 못하였다.
                   설두스님은 말하였다.
                   “나는 이루도 되지 않으며 사광도 되지 않으리라.툭 트인
                 창 아래 홀로 앉아 시절 따라 낙엽 지고 꽃 피는 것만 같겠느

                 냐.”
                   이 경계에 이르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 듯하며,들어도 들리
                 지 않는 듯하며,말해도 말하지 않는 듯하다.배고프면 밥 먹고



            *삼성본에는 ‘契’자가 ‘喫’자로 표기되어 있다.
            *象罔:어떤 책에는 罔象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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