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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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41


                -반드시 이처럼 해야 한다.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하지 마라.
                 일시에 먹통을 타파해 버렸다.

               시절 따라 낙엽 지고 꽃 피는 것만 같겠느냐.
                -지금은 무슨 시절인가?절대로 아예 일이 없다고 이해하지 마라.오
                 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내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이 없다.
               다시 말하노니 “알았느냐?”
                -거듭 게송을 말하는군.

               구멍 없는 철추로다.
                -냉큼 꺼져라.놓아준 것이 아깝다.(원오스님은)쳤다.

               평창
                   “소경․귀머거리․벙어리여,방편의 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하여,여러분이 보고서도 보지 못하는 것과,듣고서도 듣지 못
                 하는 것과,말하고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 모두를 설두스님은 일
                 시에 쓸어버렸다.그러므로 소경․귀머거리․벙어리라는 견해
                 나 방편 등의 계교가 일시에 완전히 끊겨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이 끝없는 초월의 일[向上事]은 소경․벙어리․귀

                 머거리로서 방편 따위가 전혀 없다고 할 만하다.
                   “천상천하에 가소롭고 불쌍하다”고 하여,설두스님은 한편으
                 로는 추켜 올렸다가,한편으로는 깎아 내렸다.말해 보라,누구
                 를 비웃고,누구를 불쌍히 여겼는가를.벙어리라고 비웃었으나
                 벙어리가 아니며,귀머거리라고 비웃었으나 귀머거리가 아니다.
                 불쌍하게도 분명 봉사가 아니었으나 눈이 멀었고,분명 귀머거
                 리가 아니었으나 귀가 먹었다.
                   “이루(離婁)도 본래의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라고 하였다.

                 청․황․적․백․흑색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봉사이다.이루
                 는 황제(黃帝)때의 사람으로,백 보 밖에서도 터럭 끝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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