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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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39


                   “모르겠습니다.”
                   “ 너는 벙어리는 아니구나.”
                   스님이 이에 깨침을 얻었다.당시에 영리한 자였다면 “절하
                 라”고 말하였을 때,바로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렸을 터이
                 니,어찌 수많은 말들을 들었겠는가?
                   말해 보라,운문스님과 현사스님은 아는 바가 같았을까,달랐

                 을까?두 스님이 알았던 곳은 모두 한가지였다.그 옛사람들이
                 세상에 나와서 베푼 온갖 방편을 살펴보면,그 의도는 (낚시질
                 하는 것으로 비유하자면)낚시 끝에 있었다.참으로 입이 아프
                 도록 말해 주어서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 일’을 밝히게 하려고
                 하였다.
                   오조(五祖)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말해 주어도 모르고,한 사람은 알아도 말하지
                 못한다.이 두 사람이 찾아와서 참례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분별

                 할까?두 사람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끈끈한 집착의 결박을 풀어 주려고 해도 되지 않을 것이며,이
                 를 분별할 수 있다면 문에 들어서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얼른
                 신발을 신고 상대의 뱃속으로 들어가 속셈을 헤아리리라.그래
                 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무슨 때 지난 뒤에 밥그릇을 찾겠
                 느냐.”
                   이는 소경․귀머거리․벙어리로서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그

                 래서 ( 유마경   제자품에서)이르기를 “눈으로 색을 보아도 봉
                 사와 같으며,귀로 소리를 들어도 귀머거리와 같다”고 했다.또
                 한 (장사스님은)

                     눈으로는 색을 보지 못하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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